제작진

원작 빅토르 위고
각색/연출 입과손스튜디오
소리꾼 이승희
고수 김홍식
출연 신승태, 김소진
음악 이향하, 홍갑, 이유준
무대감독 김지명
무대디자인 남경식
음향디자인 장태순
조명디자인 신동선
프로듀서 유현진
기획/주최 입과손스튜디오, 위원더그룹(wewondergroup)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중장기 창작지원)

시놉시스 ??ℕ?ℙ???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불쌍한 사람들.
그들은 지금, 한 배를 타고 있다.

바다 한 가운데 구형의 검은 배가 한 척 떠 있다. 그 배는 하나의 세상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유토피아 ‘뭍’을 그리며 떠 간다. 먹고 살기도 힘들어서 꿈이나 희망같은 것들은 생각도 하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들의 이야기. 구구선 사람들.

작품 소개

빅토르 위고의 원작 <레미제라블>을 바탕으로 제작된 입과손의 <판소리 레미제라블>은 총 세 개의 토막소리(소극장형 작은 이야기)를 하나로 엮은 완창형 판소리다. 총 3년 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세 편의 토막소리는 원작에 등장하는 팡틴(여자), 마리우스(청년), 가브로슈(아이)라는 인물의 삶을 각기 다른 형식으로 발표했다. 이 작품은 ‘전통판소리 완창이 만들어진 과정’에 착안하여, 여러 개의 작은 이야기가 하나의 긴 서사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빵을 훔쳐 19년의 감옥 생활을 하게 된 사내 장발장의 이야기로 잘 알려진 빅토르 위고의 원작 <레미제라블> 안에는 부조리한 사회 안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삶을 이어가는 불쌍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원작은 ‘불쌍한 이들의 삶의 단면’을 통해 낡은 체제의 부조리를 드러내고 실패한 혁명의 역사적 의의와 과정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하여 발표 당시, 새 세상을 향한 혁명서의 역할을 함과 동시에 신앙과 사랑을 통한 삶의 구원을 강조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입과손스튜디오의 손을 통해 판소리로 재탄생한 <판소리 레미제라블- 구구선 이야기>는 원작의 인간구원과 부조리한 체제에 대한 고발, 불쌍한 사람들의 분노와 혁명의 서사를 밑바탕에 두고 ‘세상은 한 척의 배’라는 설정으로 새롭게 각색한 작품이다.

갈곳을 잃고 삶을 버티며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모두가 계속되는 표류 속에서 불안하다. 정처없이 떠가는 배 위에서 누구도 완벽하지 않고, 아무도 온전하지 않아 구구선 사람들 모두는 불쌍하다. 언제나 100에 닿지 못하고 99에 그치고 마는 모자란 세상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역사 속에서 단 한 번도 사라진 적 없는 ‘불쌍한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를 닮아 있다.

우리가 탄 ‘세상’은 지금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고 있을까?

작업 노트

99%, 언제나 조금씩 부족한 세상 구구선

 

우리가 이 작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이 무엇이었나? 하고 생각해보면 빅토르 위고의 원작 <레 미제라블>을 완독하는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책 5권, 총 2,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원작을 읽고 또 읽으면서 왜 그렇게나 힘이 들던지… 뮤지컬도 되고, 영화도 되는데 판소리는 왜 안되겠어? 하는 호기로움은 어디로 가고 원작의 물리적인 방대함에 우리는 푹푹 꺼져갔습니다. 이것이 입과손의 솔직한 첫 후기되겠습니다. 

어렵사리 책을 떼고 다같이 떡을 사 먹었습니다. 떡맛이 좋기도 좋았지만, 작품이 나오기도 전에 아주 큰 성취감에 웃음이 피식피식 나왔던 날입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잘 알려진 작품인데 비해 전 세계를 통틀어도 원작 레미제라블을 완독한 사람은 적은 편이랍니다. 그 안에 우리가 있다니! 그 사실을 알고는 이 작품과의 만남 자체가 우리들 각자의 마음에 조그만 자랑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챕터가 아주 천천히, 느리게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레미제라블을 읽고, 생각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우리는 많이 자란 것 같습니다. 잘 꺼내지 않고 살았던 감각들을 하나씩 깨워보기도 하고, 이 시대, 지금 우리의 ‘불쌍함’에 대한 얘기들을 많이 나눴습니다. 사전을 찾아보지 불쌍하다는 말의 뜻은 ‘처지가 안되고 애처롭다’ 였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어느 하나 불쌍하지 않은 사람이 없는 시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한 번에 품을 수 있는 말이 ‘레미제라블’아닌가 하면서는 부정적으로만 생각해왔던 그 말의 품이 생각보다 넓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세상에 나는 순간 갖가지 이유로 불쌍해지는 모든 이들을 향해 빅토르 위고는 어떤 얘기를 하고 싶었을까요? 아무리 들여다봐도 방대한 얘기 속에서 너무 많은 메시지들이 우리를 헷갈리게 했습니다만, 제목 그대로 사람들에 집중해 작업을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원작에는 참 많은 사람이 등장합니다만, 우리는 그 중 가난하고 아름다운 여자(팡틴), 꿈꿀 수 없는 시대에 사는 청년(마리우스), 사회와 시대에 버려진 아이(가브로슈, 코제트, 자베르), 빵을 훕쳐 젊음을 감옥에서 탕진한 사내(장발장), 그리고 그를 유일하게 품는 주교(미리엘)을 우리의 판으로 옮겨 왔습니다. 이 인물들이 입과손이 엄선한 불쌍한 사람들의 대표입니다.

엉성한 사회망일수록 쉽게 건져지지 않는 여자, 아이, 그리고 청년의 삶. 그 안에 구원이라는 미션. 큰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가려내고 세 개의 토막소리를 먼저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실험들을 했습니다. 

팡틴 편에서는 탈춤(탈꾼 박인선)을 만났고, 마리우스 편에서는 소리북이 아닌 국악 기악(상자루)을 만났고, 가브로슈 편에서는 인형(인형작가 이지형)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완창형 판소리 레미제라블 구구선 사람들을 통해서는 밴드음악을 하는 기타리스트(김홍갑)와 드러머(이유준)를 만나 무대에 설 준비 중입니다.

작품을 통해 사람과 그 사람들의 새로운 시선을 배우는 일은 작업의 성취보다 큰 기쁨이었던 것 같습니다. 함께 하나의 이야기를 향해 달려준 모든 작업자들에게 감사, 거듭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소설을 판소리로 만드는 일은 벌써 여러 번이나 해봤는데, 레 미제라블을 판소리로 만드는 일은 단순히 소설을 판소리로 만드는 일과는 좀 달랐습니다. 공동창작이라는 미션 아래, 우리가 이해한 것들을 지속적으로 나누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의 방향성을 잡고, 쓰고, 판소리화 하는 작업은 돌아보니 참 길고도 먼 여정이었습니다.

이제서 세상에서 가난과 불쌍한 사람들의 존재가 사라지지 않는 동안 이 이야기가 분명 의미가 될 거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시대와 삶의 배경이 달라고 이 작품에서 얘기하는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의 굴레 안에 늘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은 한 배를 탄 사람들의 모습과 같다는 생각에 배경은 ‘구십구프로의 배, 구구선’으로 정했습니다. 

99퍼센트. 늘 백에 도달하지 못하고 조금씩 부족한 세상에 사는 우리가 ‘구구선’이라는 배를 타고 어디를 향해 가는지를 이 이야기를 통해 함께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망망대해처럼 불안한 세상을 떠나 분명 어딘가에 있을 유토피아, ‘뭍’을 그리며 가는 여정에 함께하는 사람들과 우리 스스로의 구원에 대한 얘기들을 펼치고 싶습니다. 우리의 가난은 죄가 아니고, 한 번쯤 하늘과 이 세상이 책임을 졌으면 좋겠는 마음도 터놓고 나누고 싶습니다. 원작에서 얘기하는 신앙과 사랑으로의 구원 너머, 분명 우리가 뭍을 향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여러모로 얘기듣고 싶습니다. 

견고해보여도 아주 작은 균열에 크게 흔들리는 이 세상에 함께하는 사람들과 우리의 배, 그리고 그 배가 가는 곳, 그 안에 우리들에 대한 얘기를 판 위에 펼쳐 놓으려 합니다. 

여느 때처럼 입과손의 판은 한 걸음 물러서 그 뒤야 뉘 알리요, 어질 더질로 끝이 나지만 극장을 나서면서 다시 시작되는 우리의 삶은 그럴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니 공연이 끝나고 좋은 얘기들, 우리가 미처 못한 생각들, 많이 많이 들려주세요!

늘 감사합니다. 

English

Pansori LES MISERABLES is a Complete Pansori with a new interpretation of Victor-Mari Hugo’s original novel <Les Miserables>. 

For three years, Ipkoason had adapted the characters Fantine(woman), Marius(youth), and Gavroche(child) in the original novel into a different form of three mini-size theaters, called ‘Tomaksori’.  

Rather than dramatizing the novel as it is, it focuses on creating one grand-theater size performance by combining ‘a mini-size theater’ in making Pansori in tradition. 

This process shows how short stories as a module develop a complete one, following the process of creating and developing the virtue of tradition. 

<The ship ‘99’(구구선사람들)>, a complete pansori version of Les Miserables, expands each character’s story to an epic centering on the main character ‘ Jean Valjean’. This adaptation brings us to a huge ship as a world, based on the original narrative about redemption, a disclosure of political-social corruption, the rage and revolution of the poor.  

The story begins in a grand ship named 99 as a metaphor for the world. It adapts based on the original narrative about redemption, a disclosure of political-social corruption, the rage and revolution of the poor. 

Those who struggle for the sake of a better life are drifting through life with nowhere to go. In the endless drift, insecurity prevails. In the world of never fully-packed, all the times 1% missed, ‘desperate life’ exists in any age. Rather than hopeless and helpless, some people are redeemed by themselves and hope for the future. Hope helps to keep this story going on. 

 

SYNOPSIS

Since when, endless drifting people still don’t know where they can reach. The huge round ship called ‘99’ is where all the people live.  

Living in the ship ‘99’ is so pitiful. Nobody knows when this unsettling life ends and if the land exists for real. As the waves of life sweep on, ordinary life is going on. Settle is their hope, ‘The land’ is the utopia. Mr. Jang is one of them who believes in a better life in the land. 

The social system damaged the life of My Jang. Despite diligence, the struggle in poverty weighed on him when he was a teenager. Besides, he brought up young orphaned nephews. Afterward, layoff kicked him out of the street. Stealing bread for his starving family leads him to suffering for a long time. 

24 years’ imprisonment. Mr. Jang was sentenced to 5 years imprisonment for stealing bread, and 19 years for the jailbreak to care for young nephews. 

It cannot help avoid excessive regulation for the exploitation of the government. Prisoners gathered in the lower part of the ship, the ‘Engine 99’. In the name of community service, here is for a mortal workplace in prison. This giant ship goes ahead by incessant pedals of prisoners. After running through all his youth in this ‘Engine 99’, his rehabilitation starts in the worst of the worst town…

리뷰 Review

어디로 가고 있을까, 이곳은, 우리는, 오늘은 – 입과손스튜디오, <판소리 레미제라블 – 구구선 사람들>(2023) 리뷰
– 손옥주 (공연학자)